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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늉의 연구일지
나이롱 환자 이야기 - 맹장 수술(충수돌기 절제술) 1편(수술편) 본문
때는 9월 초 태풍 힌남노가 우리 도시를 지나간다는 때였다. 내가 사는 도시는 온갖 자연재해가 비껴나간다는 축복의 도시답게 난리가 난 경남, 부산과는 달리 맑고 잔잔한 날씨였다.
D-4
회사 사람들과 점심으로 덮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꾸벅꾸벅 졸다가 명치가 조금 아픈것을 느꼈다. 안그래도 덮밥이 좀 기름지고 양이 많았는데 음식이 앞에서 있으면 다 먹는 환경 운동가인 나는 종종 이런 경우가 있기에, '좀 무리했나'라는 생각을 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D-2
그런데 이 명치의 뻐근함과 아픔이 몇 일이 지나도 가시지 않는 것이다. 병원가는 것도 귀찮고 병원에 가도 CT 사진을 찍거나 혈액검사를 하는 게 아니면 보통 개인병원 의사 선생님들은 명쾌하게 답을 알려주지 않고 약만 주시기에 위염 약이나 사서 먹었다. 그리고 이날 저녁에 진통제를 하나 먹고 편히 잠에 들었다.
D-1
그리고 어느 덧 시간이 흘러 추석 전날(D-1), 명치의 아픔은 사라지고 아랫배 정가운데가 콕콕 쑤시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정확하게 정 가운데이다. 배꼽 아래쪽이었다. 그날 또 친구들을 만나 커피도 마시고 수플레 케이크도 먹었다.
D-day
추석 당일 아침, 차례를 지내고 아침 7시정도에 미역국과 밥을 먹고 아픈 아랫배를 부여잡고 후손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성묘도 다녀왔다. 그렇게 의무를 다하고 아랫배가 콕콕 쑤시는 느낌 때문에 빨리 집으로 돌아와서 쉬었다. 그때가 11시 정도였는데 1시간 동안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병원에 가서 약이라도 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명절에 여는 병원이 있을리 없다. 그리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대학병원 응급실을 향했다. 도착하니 12시 40분 정도였고, 접수까지 하고 나니 1시였다. 명절에 환자가 이렇게 많은지는 처음 알았다. 1시간 정도 대기하고 2시 정도 들어가서 초진해 주시는 의사 선생님에게 진료를 받았다.
아랫배 배꼽 아래가 아프고, 앉을때 회음부가 눌려서 아프고 어쩌고저쩌고 설명하고 나서 응급실 병상을 배정받았다. 처음에는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있으라고 하더니 갑자기 피를 뽑고, 한 30분 정도 있다가 의사 선생님이 오더니 CT를 찍어야 한다면서 찍었다. 10분 정도 뒤에는 의사 선생님이 오더니 아무래도 방광염인 거 같다면서 조금 있다가 자세히 알려주겠다고 했다. 역시 그런 건가 싶어 별일 아니겠거니 하고 누워 있었는데......
다시 오시겠다던 의사 선생님이 다른 분으로 바뀌었다 ㄷㄷ... 갑자기 내 배를 여기저기 때리고 누르면서 하더니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셨다.
Q1) 처음에 명치가 아프지 않았나요? ; 네, 그러다가 나중에는 아랫배가 아프더라고요..
Q2) (아랫배 오른쪽을 누르며) 아프세요? ; 조금 아프긴 한데 가운데가 제일 아파요..
Q3) (다리를 들어서 좌우로 흔들며) 어디가 아프세요?; 배꼽 아래 가운데가 제일 아파요..
그러더니 의사 선생님이 갸우뚱 하며 교수님과 이야기해보겠다고 하고는 10분 뒤에 갑자기 더 선임급 의사 선생님이 오시더니 나보고 맹장염(충수돌기염)이라고 아침 언제 먹었냐고, 물은 언제 마지막으로 먹었냐고 나름 급하게??(TV와는 다르게 의사 선생님들은 본디 당황하시는 법이 없으시나 대답을 티키타카 수준으로 요구하시는 기분이었다) 물어보셨다. 7.. 7시요 라고 했더니 수술하셔야 된다고 말하시고는 자리를 떠나셨다. 빈자리는 남은 의사 선생님의 수술 설명으로 채워졌고, 남자 간호사 선생님이 종이를 주더니 20분 내로 입원 수속하고 속옷이랑 다 벗고 오라고 하셨다.
그렇게... 그저 약이나 탈 생각으로 핸드폰만 들고 들어온 응급실에서 수술실로 납치 당했다.
응급실에 들어온 때가 2시 정도 수술실에 들어갔을 때까 3시 10분이니 단 1시간 만에 나는 맨몸으로 수술실로 끌려갔다. 그 사이에 아버지에게 연락하고, 나는 수술 동의하고 아버지는 보호자로 오셔서 마취 동의서도 작성하고 아주 난리가 아니었다.
그렇게 수술실로 끌려 들어갔다. 태어나서 수술이라고는 포경수술이 전부이고, 태어날 때 빼고는 입원은 해본 적도 없는 내가 이렇게 황망하게 차가운(비유가 아니라 수술실은 정말 춥다) 수술실로 끌려갔다. 마취과 의사 선생님인지 집도하시는 선생님인지는 모르겠으나 나와 간단한 농담(병원 근처 짜장면집이 더럽게 맛이 없다는 내용이었다)을 하다가.. 갑자기 간호사 선생님의 김숭늉님! 김숭늉님! 하는 소리에 잠을 깼다.
그렇다 수술이 끝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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