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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늉의 연구일지
여행: 서문 본문
여행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닌 수단이라고 믿고 있..었다. 사람들을 만나기 위한 하나의 수단. 친목을 도모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 적당히 분위기를 맞추기 위한 하나의 방법. 그 어떤 이유를 갖다 붙여도 그런 것이었다.
'빚을 내더라도 여행을 하라.'는 말도 있던데 그러기에는 나의 대학생으로서의 삶은 팍팍하고 몇십만 원은 없어도 그만이라고 생각할만한 돈도 아니었다. 여행은 사치와 같은 것이다. 그래서 나의 여행은 대학교 MT, 동아리 MT, 농활처럼 단체 활동으로서의 여행뿐이었다. 돌이켜 보면 이런 것들 나름대로 즐거웠고 다시없을 경험이었다. 그러나 전역 후 취직이 코앞인 상황에서 이런 기회 마저 거의 사라지고 말았다.
직장을 잡은 후 폭풍 같은 적응의 시간이 지났다. 주변에 취직한 여자 동료들은 해외여행도 다니며 여행에 많은 시간과 돈을 들였다. 그들과 비슷한 시기 나에게도 그런 여행이 있을 법도 하지만 여전히 나에게 여행은 줄곧 회사 동료들과의 워크숍 정도였다. 나는 여자 동료들이 그런 경험에 돈을 쏟는 것에 의구심을 갖기도 하면서도 그런 경험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이 부럽기도 했다.
파란 물감이 스며든 스펀지가 빨간 물감 속에 들어간다고 해서 파란색이었던 스펀지는 빨간색으로 금세 바뀌지 않는다. 서서히 스며들고 쥐어 짜내야 그 색이 붉게 바뀌는 것이다. 나는 이미 다른 색의 물감통으로 들어가 있지만 그러니까 여행 정도는 할 수 있을 정도로 경제적 상황이 바뀌었지만, 내 마음속의 파란 물감은 아직 빠지지 않았다. 누군가 나를 쥐어짜서 파란 물감을 빼내고 빨간 물감을 집어넣어줘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없었고 나의 파란 물감이 서서히 보랏빛 물감으로 바뀔 때쯤이 되어 서야 나는 여행이라는 경험에 발을 담갔다.
사실 여행은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었음에도 여행의 경험을 숙성시켜 요리하는 법을 몰랐다. 나중에 알게 된 내용이지만 그 요리법을 '감수성'이라고 표현한다고 한다. 여행이라는 경험을 받아들이게 되었지만 엄청 크게 와닿은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경험은 잊힐 수도 있지만, 운이 좋게도 혼자 갔던 해외여행, 여럿이 함께 간 해외여행, S와 함께 간 국내 여행, 나의 직업 상 어쩔 수 없이 갔던 여행들 까지 여행의 경험은 날 것 그대로 사진과 영상으로 남아 있었고 요리법을 알게 된 나는 종종 그 사진들 속에서 나의 경험을 꺼내어 다양한 방식으로 요리할 수 있었다.
이젠 지금까지 키워온 그 감수성으로 그 경험들을 제대로 요리해보고자 한다. 일종의 여행기를 작성해보려고 하는 것이다. 나의 경험들이 모든 이들에게 새로운 것이 아닐 수도 있고 자랑할만한 것이라고는 생각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여행은 그 경험을 누군가에게 공유할 때 완성되는 것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런 의미에서 나의 여행기는 여행 정보를 제공하기보다는 아직 요리되지 않은 여행의 경험들을 나의 감수성으로 잘 요리해, 이 글을 읽게 되는 누군가에게 대접하는 것에 목적을 갖고 있다. 그렇게 나의 미완된 여행들은 끝나게 될 것이다.
김영하 작가님은 <여행의 이유>에서 "우리가 느끼는 모호한 감정이 소설 속 심리 묘사를 통해 명확해지듯, 우리의 여행 경험도 타자의 시각과 언어를 통해 좀 더 명료해진다."라고 썼다.
내가 해준 요리들이 여러분의 머릿속에서는 각기 다른 맛으로 느껴지기를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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