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늉의 연구일지

여행: 제주도 일주일 살기 2) 출항 지연과 목포 여행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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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제주도 일주일 살기 2) 출항 지연과 목포 여행

OrtSol 2021. 11. 11. 15:18

제주목포 여행 1일 차

 

1. 출항 지연

 목포항 9시 출발이므로 차량 선적은 1시간 전까지 완료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최소한 7시에는 목포에 있어야 한다는 소리다. 그러니 새벽 출발을 생각하고 S의 집에서 잠을 자고 아침에 출발하기로 했다. 

즐겁게 저녁을 먹고 티브이를 보고 있던 그때 출항 지연 문자가 왔다. 풍랑 경보가 발효되면 배가 출항을 못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일단은 12시로 출항이 지연되어 그래도 새벽 운전은 안 해도 된다는 생각을 하며 아침 7시 출발을 목표로 하고 잠을 청했다.

기상과 동시에 풍랑 경보 발효 상태를 확인했는데 아직도 발효 중이었다. 역시나 목포로 가는 도중 문자가 왔다. 풍랑 경보로 인해 지난밤 목포로 돌아와야 했던 배가 돌아오지 못하여 풍랑 경보 해제 후 제주에서 목포로 배가 들어올 때까지 출항이 지연된다는 연락이었다. 운전 중에 받은 연락을 S는 낙천적으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운전에 신경 써야 했기에 아직 마음을 추스를 시간이 없었다. 무엇보다 결항이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함이 나를 엄습했다. 괜히 배를 타자고 했나.... 그런 마음으로 일단 아침을 먹으러 목포 코롬방 제과점을 향했다.

(왼쪽) 1차 출항 지연 (오른쪽) 2차 출항지연

2. 상황에 대한 수용

 코롬방 제과점(http://naver.me/GFpboGWv)에 도착해서 새우 바게트와 아메리카노를 시켜두고 노트북으로 현재 상황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약 30분 정도 S와 함께 이리저리 살펴보고 내린 상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았다.

a) 목포와 제주를 왕복하는 크루즈는 2대이다(현재는 26일이다.)
 - 퀸메리호(목포 9시 출발, 제주 17시 출발); 현재 목포항에 정박 중 - 내가 타야할 배
 - 퀸제누비아호(목포 1시 출발, 제주 14시 출발); 현재 제주항에 정박 중
b) 출항지연에 따라 배가 퀸메리호에서 퀸제누비아호로 바뀌었다. 따라서 제주에서 목포로 퀸제누비아호가 와야 목포에서 출항이 가능하다.
c) 25일 아침 9시 목포에서 출항 예정이었던 퀸메리호는 [결항]되어 목포에 묶여 있다.
   퀸제누비아호는 25일 저녁에 목포로 들어와야 했지만 출항을 못했다.
   26일 새벽 1시에 출항 예정이었던 퀸제누비아호는 출항이 연기되고 퀸메리호로 대체되었다.
d) (내가 이해한) 해상 상황에 따라 출항 가능 여부는 다음과 같다.
 - 풍랑 주의보: 크루즈급은 출항 가능, 훼리급은 출항 불가
 - 풍랑 경보: 모두 출항 불가
e) 출항 지연은 해상 상황에 따라 종종 일어나기도 하지만, 결항은 1년에 2~3번만 일어날 정도로 흔한 일은 아니었다. - 결항되면 표는 알아서 구해야 한다.
f) 현재 풍랑경보 해제까지 출항이 지연된 상태이다.

** 참고로 새우 바게트에 씹히는 새우는 느껴지지 않는다. 그냥 한 번쯤 먹어볼 맛 정도인 것 같다. 

상황 정리가 끝나자 결론을 내렸다. 일단 오늘은 제주여행이 아니라 목포여행이다!

** 여러 상황을 정리하면서 어느 여행 관련 카페에서 이날 새벽 1시 퀸제누비아호를 타고 출항 예정이었던 여행객의 하소연을 읽었다. 결국 이분은 10시간 뒤 퀸메리호를 타고 출항할 수 있으셨다. 

 

3. 목포여행 1일 차

 빠른 여행 계획을 세웠다. S가 이런 건 정말 잘한다.

목포 여행 1일 차 코스
근대역사박물관 - 연희네슈퍼 - 해빔 - 커피 창고로 - 갓바위 - 고하도 전망대 - 목포항 국제 여객 터미널

목포는 대부분의 박물관들이 월요일에는 휴관한다. 목포 여행을 가려고 한다면 이점 참고하시길 바란다.

 

목포 근대역사 박물관(http://naver.me/x35i32XN)

호텔 델루나의 촬영 장소이다. 드라마에서 호텔 델루나 입구로 나오는 그곳이 목포 근대역사박물관이다. 그래서 그런지 여러 사람들이 둘러보고 있었다. 가족 단위 여행객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이분들이 출항이 지연되어 우리처럼 놀러 오신 분들일 확률은 2000%이다. 이때까지 아직 마음이 덜 추스러져서 기분이 졸 가시나무였다.

(왼쪽)월요일은 박물관 문을 닫아두지만 보이는 것처럼 옆길로 가면 문이 열려있다?! (오른쪽) 졸가시나무와 박물관 전경

호텔 델루나를 보면 알겠지만 정문이 정말 드라마에서 나온 거랑 똑같다. 아래는 걸어서 세계 속으로 느낌으로 찍어본 영상이다.

(왼쪽) 걸어서 세계속으로 (오른쪽) 최종 출항 안내 문자

이렇게 박물관에서 놀고 있을 때쯤 출항과 관련된 문자가 왔다. 풍랑 경보가 주의보로 격하되어 출항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마침 박물관에서 보이는 목포항에서 퀸메리호가 출발하는 모습이 보였다. 오늘 새벽 1시에 출발 예정이었던 탑승객들이 제주도로 출발했다. 

 

연희네 슈퍼(http://naver.me/FmgV9TOa)

출항과 관련된 최종 안내 문자를 받고 영화 1987 촬영지인 연희네 슈퍼를 향했다. 그냥 슈퍼 하나만 있을 줄 알았으나 실제는 서산동 시화마을 입구에 있는 슈퍼가 연희네 슈퍼이다. 연희네 슈퍼 앞에 의자가 있는데 의자 구조상 앉으면 다리가 길어 보이는 구조로 되어 있어 다리가 길게 나온다.

연희네 슈퍼 위로 오르막 길이 있다. 오르막 길 옆에 관광 안내소가 있으니 덥거나 추우면 잠시 쉬어가도 된다. 관광안내소에서 팜플렛도 있으니 살펴보면 좋을 것 같다. 마을 언덕 꼭대기 부근에 드라마 도도솔솔라라솔 촬영지가 있다고 했다. 사실 1987도 도도솔솔라라솔도 못 봤다... 올라가는 길은 3갈래 길로 나뉘는데 S와 나는 일단 첫 번째 길로 갔다. 

첫번째 길은 사랑..길?? 비슷한 거였는데 가는 길에 하트가 많이 그려져서 그런가 보다. 가다 보면 바보 만나러 가는 길...?이라고 쓰여 있는데 알고 보니 바다가 보이는 마당이었다.

(왼쪽) 바보 만나러가는길. S는 바보가 아니다. (오른쪽) 바다가 보이는 마당?

바다가 보이는 마당을 살펴보고 쭉 걸어 올라가면 드디어 꼭대기 부근에서 도도솔솔라라솔 촬영지를 만날 수 있다. 높은 곳에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풍경이 아주 좋은 곳이었다.

해빔(http://naver.me/FzHmVQTX)

점심식사로는 갓바위 근처에 있는 해빔이라는 식당에서 먹었다. 메뉴는 꽃게살 비빔밥! 9시 출항을 계획으로 했을 때 아침으로 먹고 싶었지만 아침에는 식당이 열지 않아 아쉬워했는데, 출항이 지연된 덕분에? 먹게 되었다. 주차는 근처에 갓길 주차를 하면 되는 듯하다. 게살, 해초, 공깃밥을 따로 줘서 비벼먹으면 된다. 옆에 김도 있어서 따로 김에 싸 먹는 것도 가능하다. 맛이 제법 좋으니 먹어보길 추천한다.

(왼쪽) 밑반찬과 메뉴들 (오른쪽) 해초와 게살을 넣은 비빔밥

커피 창고로(http://naver.me/FFviy2X2)

해빔에서 식사 후 후식으로 에그타르트가 맛있다는 커피 창고로를 향했다. 해빔에서 걸어서 이동 가능할 거리에 있으니 슬슬 걸어갈만하다. 사람들이 한 번씩 들러 에그타르트를 포장해 갔다. S와 나는 에어컨 바람을 쐬면서 앉아서 먹었다. 주문을 하면 에그타르트를 따뜻하게 구워서 준다. 카페 내부 분위기도 제법 괜찮다.

갓바위(http://naver.me/5wfH0ei7)

해빔에서 걸어서 이동해도 되고 차로 1~2분 정도 이동하면 갓바위가 나온다. 갓바위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걸어서 500미터 정도 걸어가면 바다 위에 만들어둔 데크가 있는데 거기서 갓바위를 제법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여기서 갓바위 전설을 읽어 볼 수 있는데 아주 흥미로우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왼쪽) 갓바위 전경 (오른쪽) 갓바위 전설을 읽는 S

고하도 전망대(http://naver.me/x0aXrKcd)

목포에 다리로 연결된 섬이 여러 개 있는데, 그 섬 중 하나가 고하도이다. 고하도 전망대에 아주 특이한 건축물이 하나 있다고 하여 다리를 건너 고하도를 향했다.

고하도 해상 케이블카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체감상 오르막길을 500미터 정도(이날 날이 아주 더웠다) 올라갔다고 생각이 들 때쯤 해상 케이블카 승강장이 있다. 참고로 교통 노약자가 아니면 차를 타고 승강장까지 이동은 통제 된다. 고하도 전망대가 여기서 가까울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체감상 1.5km (걸어서 20분 정도?) 정도 '산행'을 하다 보면 고하도 전망대가 나온다. 정말 더워 죽을 뻔했다. 고하도 전망대로 가는 산길에는 150세 계단이 있다. 계단을 하나씩 오를수록 그 나이까지 살 수 있다는 세계관인데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150세 계단의 150개 계단을 모두 올라갔다. 오히려 수명이 단축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83세 부근에서 왼쪽으로 빠지면 시원하고 오르막이 심하지 않은 길로 갈 수 있다. 83세까지만 살아도 되지 않을까.

(왼쪽) 고하도 승강장 올라가는 길 (오른쪽) 150세 계단 - 고하도 전망대 가는 산길. 83세를 기억하면 된다.

150세 계단을 다 오르면 끝이 아니고 거기서 능선을 타고 10분 정도 걸어가야 고하도 전망대가 나온다.

마치 여러 척의 판옥선을 쌓아둔 모양인데 전망대에 올라가면서 설명을 읽어보면 정말 그런 것이라고 나온다.

한 샷에 담기지 않아서 광각으로 잡아야 될 정도로 높은 건축물이다. (왼쪽) 걸어서 세계속으로  (오른쪽) 고하도 전망대

전망대 1층은 카페로 운영된다. 커피에 조예가 깊은 사장님의 핸드드립이 아주 맛있다. 조금 비싸더라도 핸드드립을 마시기 바란다.

(왼쪽) 카페에서 더위를 피하며 올림픽 양궁도 보고 책도 조금 읽었다 (오른쪽) 핸드드립 커피 

위에 나와있는 핸드드립 커피잔 세트가 거의 9만 원에 달하는 고급 잔이다. 깰까 봐 조심조심했다. 커피 맛은 훌륭하다. 카페 창가에서 케이블카로 고하도와 연결된 유달산과 바다가 보인다. 날씨가 좋아서 모든 풍경이 이쁘다.        

카페에서 본 유달산과 바다

어찌 보면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목포 여행이지만 생각보다 괜찮았다. 제주도는 비가 온다고 하는데 여기는 맑으니까 조금은 아이러니했다. S처럼 낙천적으로 생각하면 되었을 텐데 말이다. 마침 오늘 처음 읽은 책인 <강원국의 어른답게 말합니다>에서 이런 문구가 나왔다.

강원국 <강원국의 어른답게 말합니다> P.38
긍정적인 말을 하는 사람은 한계가 없고, 부정적인 말을 하는 사람은 '한 게' 없다는 말이 있다.

 

난 한 게 없었다.

카페에서 충분히 더위를 피하고 나서 전망대로 올라갔다. 전망대도 꼭 올라가 보기를 바란다. 탁 트여 있는 바다와 하늘이 자유로운 기분을 준다.

고하도 전망대 꼭대기에서 본 풍경

목포항 국제 여객 터미널(http://naver.me/I5F5WhBx)

배가 고플까 하여 목포항에 가기 전 맥도날드에서 저녁을 먹고 목포항으로 향했다. 참고로 차량 선적 시간 이전에 선적 장소에 들어가는 건 불가하다. 선적 장소에 30분 전에 가봤는데 퇴짜 맞고 여객터미널 주차장에서 대기하였다. 선적 장소는 목포항 여객터미널 바로 옆에 있으니 못 찾을 걱정은 안 해도 된다.

기다리는 동안 제네시스 차주 아저씨와 이야기도 했다. 아내분은 비행기를 타고 먼저 서귀포로 가 있으시고 본인은 어제 지인분을 만나서 술 한잔 하시고 하루 묵으셨는데, 출항이 지연돼서 지금까지 기다리셨다고 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시간이 되서 차량을 선적하러 이동했다.

차량 선적이 상당히 지옥이다. 주차장에서 차가 나갈 수가 없는 상황이 30분 이상 지속되었다. 나중에 보니 선적 장소로 들어가는 입구는 하나이지만 차량이 유입되는 곳이 5곳이어서 그런 일이 발생했던 것이다. 나중에 터미널 직원 한 분이 주차장 출구 앞 삼거리에서 교통정리를 해주셔서 겨우 나갈 수 있었다.

**차량 선적은 반드시 운전자 한 명만 이동해야 한다. 동승자가 있을 경우 중간에 내리라고 한다.

(왼쪽) 차량 정체가 되는 이유 (오른쪽) 주차장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는 차들

겨우 빠져나가서 선적 장소에 가면 터미널 직원분들께서 있는데 들어가서 이동하라는 방향으로 이동만 하면 된다. 중간에 창문을 내리고 직원분께서 물어보기는 하는데 그냥 어디서 왔는지 정도만 물어보신다. 그러면 선적 의뢰서를 주시는데 선적 후 터미널로 이동할 때 반드시 챙겨서 나가야 한다. 신분증도! 참고로 선적 장소는 퀸제누비아호나 퀸메리호 모두 비슷하다.

(왼쪽) 차량 선적서 (중간) 차량 선적 - 진입 (오른쪽) 차량 선적2 - 내부 공간

차량 선적 후 내부는 매우 정신없고 부산스럽다. 특히 바닥이 울퉁불퉁한 요철들이 많아 쉽게 넘어질 수 있으니 조심해서 나오기를 바란다.

(왼쪽) 차량 선적 후 터미널 가는길 (중간) 탑승 (오른쪽) 퀸제누비아 내부 상점가

터미널에서 차량 선적서와 신분증을 주면 발권을 해준다. 물론 핸드폰에서 모바일 승선권도 받을 수 있다. 발권 후 승선을 하면 승무원분들이 위치를 안내해주신다. 내가 있는 곳은 6층 이코노미로 10명이서 한 실을 사용하는 곳이다. 들어가면 카펫이 깔려 있고 각자 자리가 있는 곳이 있다. 날은 더웠는데 에어컨이 너무 강해서 상당히 추웠다. 여행 짬바가 있는 배우신 분들은 이미 돗자리와 담요를 준비해서 깔고 있으셨다. 담요와 베개를 하나 챙겨 왔는데 S에게 양보하고 나는 카펫에 누워서 그냥 잤다. 아무리 여름이라도 배를 타고 가시는 분들이라면 돗자리, 베개, 담요를 꼭 챙겨가시기를 바란다.

배 내부는 타이타닉이 이랬나 싶을 정도로 있을 건 다 있다. 파리바게트, 음식점, 안마의자, 오락기, 편의점 등등 있을 건 다 있다.

S와 나는 출발할 때쯤 갑판에서 유달산과 목포대교를 보고 안마의자에서 안마(상당히 좋다!)를 받고 객실로 돌아와서 잠을 청했다.

 

(왼쪽) 이코노미 객실 - 여행객들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아래를 향해 찍었다 (중간) 유달산의 야경 (오른쪽) 목포대교의 야경

제주도 예상 도착 시간은 새벽 2시 정도였다. 객실에서 자는 동안 배가 상당히 꿀렁거리긴 했는데(풍랑주의보 상태였다) 바닥에 딱 붙어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멀미가 나거나 그러지는 않고 마치 흔들 요람에 있는 것처럼 편안하게 잤다. 에어컨 때문에 약간 추운 것 빼고는 괜찮았다. 

제주항에 가까워오면 방송으로 차량 선적하신 분들은 미리 차에 탑승해 있으라고 안내가 나온다. 짐을 챙겨서 차에 미리 탑승해 있으면 차례대로 차량들이 빠져나간다.

드디어 제주도!

제주도에 도착해 배에서 하선한 시간이 2시 20분쯤. 미리 출항 지연 때문에 체크인이 늦을 거라고 숙소에 전화를 해둔 상태여서 자율 체크인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주셨다. 새벽길을 달려 숙소인 토비스콘도로 향했고 바로 쓰러져 잠들었다.

 

정말 긴 하루였다.